2018. 3. 19. 22:22ㆍEtc.
저녁, 외상센터가 분주해집니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병원으로 오고있다는 연락이 온건데요.
잠시후 환자를 데리고 구급차가 도착했습니다. 30대 여성인 환자는 복부에 깊은 상처를 입은채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체온이 너무 낮다는 겁니다. 겨우 31도... 이대로라면 심정지까지 올수도 있습니다.
소생처치실에 의료진 전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복부에 상처보다 체온을 높이는게 급합니다. 체온을 정상범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이때....
환자의 심장이 그만 멈춰버렸습니다
이제 최후의 방법을 써야합니다. 심정지가 오자마자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최선우 교수
외상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심폐소생술을 10분정도 시행하고도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의사는 사망선고를 하게됩니다
의료진 한명당 2분씩 교대로 심폐소생술이 이어집니다. 흉부를 압박하는데에 강한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려는 의사
하지만 반응이 없는 환자의 심장
그렇게 안타까운 5분이 흘렀습니다. 의료진은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한지 어느덧 20분이 지났습니다.
다음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려던 그 순간,
멈췄던 심장이 드디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심박동이 돌아오자 의료진은 환자를 재빨리 중환자실로 옮깁니다.
스스로 투신을 했던 환자 정확한 이유는 알수없지만 그녀가 가족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걸로 확인됐습니다.
응급처치후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는중입니다. 담당의 최선우 교수가 그 곁을 지키고 있는데요, 어쩐지 최교수의 얼굴에 고민이 많아보입니다.
그래도 생명을 건진건 기적이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최교수는 여전히 환자와 함께입니다. 어렵게 살려낸 환자여서인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는데요
스스로 포기하려던 생명을 지키기위해 이토록 애쓰는 이가 있다는 걸 환자가 안다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요.
최선우 교수의 마음처럼 외상센터의 밤이 무겁게 깊어갑니다. 외상센터 의사들을 자살시도를 한 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답니다.
스스로 놓아버린 생명의 끈을 다시 이어 스스로 꽉 잡게 만드는 것, 그것것이 외상센터 의사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외상외과의 김재훈 교수가 황급히 복도를 내달립니다. 그가 향한곳은 중환자실
한 60대 남성환자의 상처부위에서 갑자기 시작된 출혈이 급기야 혈압까지 떨어뜨린 겁니다.
이대로면 위험합니다. 수술실로 옮길새도 없이 수술을 시작합니다.
이 환자는 교통사고로 얼굴뼈가 골절되고 머리가 찢어진채 실려온 환자입니다. 응급처치 후 3시간만에 갑자기 출혈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능숙하게 출혈부위를 봉합하는 김재훈 교수
수술을 마치자 혈압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이번엔 소생처치실에서 김교수를 찾습니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 숱한 고비를 넘나드는 곳, 여기는 바로 권역외상센터입니다.
외상센터는 생명이 위급한 중증이상의 외상환자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입니다.
골든타임안에 수술과 처치가 필요한 절박한 환자들이 오는곳인 만큼, 이 곳 의사들은 이수술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언제 어떤 위급한 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기를 해야하는데요,
그래서 의사들에게 외상센터는 기피대상 1순위일수밖에 없습니다.
김재훈 교수는 외상센터에서만 일한지 6년째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화급을 다투는 환자들을 치료하는게 일상인 의사들...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외상센터를 떠날수 없는 이유가 있답니다.
가난의 무게를 짊어지고 험한일을 감내하며 살아온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는것이 의사로서 큰 보람이라는데요
60대 김씨도 그런이들중 하나입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3층높이에서 추락했습니다. 심지어 사고가 일어난 날은 5년만에 한파가 몰아친 주말이었다는데요,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그래서 살인적인 한파에도 쉴 수 없었을겁니다. 조현민 교수는 이런 환자를 만날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추락의 충격으로 장이 파열되면서 복부에 피가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는데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파열된 부위를 막고 또다른 출혈은 없는지 찾아야합니다. 조현민 교수가 굳은 표정으로 수술을 준비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전문의로 수술경력만 20년이 넘은 베테랑이지만 메스를 잡을때마다 조교수는 기도합니다. 자신의 판단이 맞기를, 그리고 환자가 생명을 되찾기를
점심때 시작한 수술이 저녁이 되서야 끝났습니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빠른 회복을 위해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깁니다. 김씨는 이곳에서 집중 치료를 받게됩니다.
막 수술을 마친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때까지 옆을 지키는 사람은 외상센터의 새내기인 김민정 간호사
김간호사는 외상센터에 지원해서 들어왔습니다. 생명의 최전선에서 아픈이들을 돕고 싶어서 입니다.
어릴때 병원놀이를 좋아했던 꼬마는 간호사를 꿈꾸며 자랐고 외상센터에서 그 꿈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일주일에 3일씩 밤을 새우는 당직도 이제는 익숙해졌다는데요, 경험 많은 선배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이곳에서 막내가 본것은 무엇일까요?
신참 간호사의 마음을 숙연하게, 그리고 두렵게도 하는것 그것은 바로 생명의 무게가 아닐까요?
갑작스런 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았던 환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이젠 식사를 할 정도로 호전됐답니다.
젊어서부터 혼자서 자식들을 키워온 든든한 아버지였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들은 전에는 알지 못했고 보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데요.
케이블카 이야기에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아버지 소원대로 따뜻한 봄이오면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케이블카를 탈수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외상센터는 오늘도 숨가쁘게 돌아갑니다. 그중에서도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곳 바로 외상외과 의국인데요. 정신없이 분주한 의국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에 낯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링거에 팔에 꽂은채 컴퓨터앞에 앉은이는 외상센터 4년차 김기웅 간호사인데요,
링거를 매단채 그가 환자들을 돌보러 나섭니다.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몸이 아파도 자리를 오래 비울수가 없다는데요
그러다보니 누가 환자이고 누가 의료진인지 헛갈리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날 오후 의국 분위기가 심상치않습니다.
한 환자의 수술여부를 두고 의사들끼리 토론이 벌어진 건데요,
며칠전 온몸에 자상을 입고 실려온 환자가 지금 수술도 하기 전 뇌까지 손상되어 최악의 경우 뇌사까지 빠질수도 있는 상태라는 겁니다.
보호자가 더이상 가망이 없다며 외상수술과 치료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는데요,
보호자가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돕는것도 의사의 임무입니다. 결국 수술실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보호자가 수술에 동의한겁니다.
생명은 끝까지 놓을수도 놓아서도 안되는것이기에...
외상센터의 의료진들은 오늘도 0.1%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메스를 잡습니다. 그렇게 생명의 최전선에 그들이 서있습니다.
외상센터에 막 도착한 응급환자, 그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119 구조대원인데요,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도중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겁니다.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하는 119 대원들을 의료진은 동료라 여깁니다. 그래서 이 순간 모두가 숙연해집니다. 타인의 생명을 살리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때문에 생명을 살리는일을 하는걸까요? 그리고 이들에게 생명은 무엇일까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무엇으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는것이 바로 생명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잊고 함부로 생각해온건 아닐까요?
출처 : SBS 궁금한 이야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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